2026년, 퍼포먼스 마케팅은 다시 정의되는 중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퍼포먼스 마케팅이라 불러왔던 방식이 하나의 국면을 지나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1.0이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최적화하라'는 명제 위에 세워졌다면 2.0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AI가 집행과 최적화를 대신하는 시대에 마케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방향성을 정리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AI 자동화, 위협이 아닌 전환점
2026년 퍼포먼스 마케팅 환경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AI가 실행의 기본값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입찰 조정, 타게팅 설정, 예산 분배는 더 이상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습니다. 구글의 Performance Max, 메타의 Advantage Plus, 아마존의 AI 광고 시스템은 이미 이 변화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마케터는 불안을 느낍니다. 내가 하던 일은 사라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AI는 마케터를 대체하기보다 반복적 실행에서 해방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활용 방식입니다. McKinsey 조사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은 많지만 이를 성과로 확장한 곳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차이는 AI를 도구로 쓰는 조직과, AI에 방향을 제시하는 조직에서 생기죠. 2.0 시대의 마케터는 실행자가 아니라 지휘자에 가깝습니다.
타기팅이 흐려질수록 크리에이티브는 선명해진다
쿠키 이후의 시대 타기팅 정밀도는 더 이상 마케터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플랫폼은 자동으로 적절한 사람을 찾아줍니다. 이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가 아니라 '무엇을'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2.0에서 크리에이티브는 보조 요소가 아니라 핵심 레버입니다. 모두가 같은 알고리즘을 쓰는 환경에서 성과의 차이는 메시지와 스토리에서 벌어집니다.
다만 크리에이티브의 정의도 달라졌습니다. 한 편의 완벽한 광고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테스트와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생성형 AI는 이미지, 영상, 카피 제작의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방향을 정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AI는 속도를 만들고 인간은 맥락을 만듭니다.
진정성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
AI가 완벽함을 향해 갈수록 소비자는 인간다움을 더 갈망합니다. 2026년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진정성입니다.
기계적으로 최적화된 메시지보다 실제 경험, 살아 있는 스토리, 인간적인 결함이 더 강한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다시 감성적 스토리텔링으로 회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 시대의 크리에이티브는 이중적이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AI에 최적화돼 있으면서 동시에 인간적인 감정과 문화적 맥락을 담아야 합니다. 브랜드는 더 이상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목적과 개성을 가진 캐릭터로 인식됩니다.
측정의 중심이 과거에서 미래로 이동하다
퍼포먼스 마케팅 2.0에서는 측정 방식도 변해야 합니다. 이제 성과 분석은 과거를 설명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예측이 표준이 됩니다.
2026년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 AI를 통해 결과를 모델링하고 시나리오를 검증합니다. 예산 배분은 사후 조정이 아니라 사전 설계의 영역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통합 측정 프레임워크가 중요해집니다. 단일 어트리뷰션 모델이 아니라 MMM(Marketing Mix Modeling, 매크로 시각)과 멀티터치 어트리뷰션(Multi-Touch Attribution, 마이크로 시각)을 결합해 전체 기여도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퍼포먼스는 더 이상 한 채널의 성과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로 해석됩니다.
채널은 더 넓어지고, 전략은 더 정교해진다
미디어 믹스는 채널을 늘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새로운 성장 레버를 찾는 과정입니다. CTV, 리테일 미디어, 쇼퍼블 비디오는 브랜딩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수행하는 채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CTV는 더 이상 인지도 전용 채널이 아닙니다. 측정 기술의 발전으로 퍼포먼스 채널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퍼스트파티 데이터와 클린룸을 기반으로 한 리테일 미디어는 구매 직전의 순간을 장악합니다.
이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단일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2.0은 분산과 조합의 전략입니다.
- CTV(Connected TV):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TV나 스트리밍 기기(셋톱박스, 게임콘솔 등)로 OTT 콘텐츠를 시청하며 노출되는 디지털 광고 채널입니다.
-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 쿠팡·아마존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자체 트래픽과 1st-party 데이터를 활용해 판매 촉진 광고를 제공하는 새로운 광고 생태계입니다.
- 쇼퍼블 비디오(Shoppable Video): 영상 내 QR코드나 클릭 가능한 링크로 즉시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동영상 광고 형식입니다.
규제 환경, 새로운 게임의 룰
2026년은 규제가 완화되는 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연령 제한, 개인정보 보호, 인플루언서 마케팅 규제는 모두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위협이라기보다 규칙의 제정의 입니다. 투명성과 신뢰를 기본값으로 삼는 브랜드가 경쟁 우위를 확보합니다. 규제를 회피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2.0은 합법성과 윤리라는 전제 조건 위에 세워집니다.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전략도 바뀌지 않는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조직입니다. AI는 인사이트와 실행 사이의 거리를 극적으로 줄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략,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실행이 하나의 유닛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필요해졌습니다.
2026년 마케팅 조직은 더 작고, 더 민첩하며, 더 통합적이어야 합니다. 전략과 실행은 순차가 아니라 병렬로 작동해야 하죠. 캠페인은 사후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진행 중에 진화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의 새로운 정의
퍼포먼스 마케팅 2.0은 마케터의 역할을 새로 정의합니다. 과거의 마케터가 캠페인 운영자였다면 이제 마케터는 AI 오케스트레이터이자 브랜드 스토리텔러 그리고 비즈니스 전략가입니다.
도구를 다루는 능력은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별화는 고객에 대한 이해, 브랜드의 본질을 해석하는 힘, 데이터 너머의 의미를 읽는 감각에서 나옵니다. 퍼포먼스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겁니다.
재해석의 완성
이 시리즈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효율 중심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7편에 걸쳐 살펴본 결과 퍼포먼스 마케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진화합니다.
측정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무엇을 측정할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효율은 기본이 되었고 가치는 차별화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AI가 실행을 대신하지만 전략과 창의성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질문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이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가'여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2.0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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