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의 성공 신화는 데이터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사용자를 기억하고 행동을 추적하며 전환의 경로를 계산하는 기술은 디지털 마케팅을 정밀한 과학처럼 보이게 만들었죠. 그 중심에는 아주 작은 텍스트 파일, 쿠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이 작은 파일이 쌓아 올린 거대한 성이 무너졌습니다. 쿠키의 종말은 기술 변화에 그치지 않고 퍼포먼스 마케팅이 의존해 온 사고방식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작은 기술이 만든 거대한 성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쿠키는 웹 기억 장치였습니다.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고 장바구니를 보존하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쓰였죠. 문제는 이 기술이 광고 산업과 결합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서드파티 쿠키는 사용자의 웹 전반 행동을 추적할 수 있게 했고 이는 정교한 타게팅과 리타게팅 그리고 명확한 어트리뷰션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황금기는 바로 이 추적 기술 위에 세워졌습니다.
마케터는 사용자를 보는 데 익숙해졌고 보이는 데이터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쿠키의 종말이 드러낸 현실
구글은 2020년 서드파티 쿠키 완전 폐지를 예고했지만 규제와 업계 반발 속에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2024년 구글은 완전 폐지 대신 사용자 선택 기반 모델로 전환했죠.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사파리와 파이어폭스는 서드파티 쿠키를 차단하고 있었고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은 모바일 환경에서의 추적 가능성을 급격히 낮췄습니다. opt-in 비율(사용자가 추적/쿠키 허용 등의 서비스 이용 동의를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용자 비율))은 극히 낮았고 데이터의 공백은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리타게팅 캠페인의 효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고 전환 경로 분석은 점점 불완전해졌습니다. 특히 여러 접점을 거치는 B2B 마케팅이나 고관여 상품 영역에서는 어트리뷰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보이지 않는 고객 여정이 늘어나면서 최적화라는 개념 자체가 질문의 대상이 된 거죠.
대안 기술, 그러나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쿠키 이후의 세상을 대비해 다양한 기술적 대안이 제시되었습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통합 ID 설루션, 퍼스트파티 데이터, 컨텍스추얼 타게팅.
구글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로 개인을 추적하지 않고 관심사 기반 광고를 제공하려고 했습니다. Topics API와 FLEDGE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타게팅을 유지하려고 했죠. 그러나 이는 기존 쿠키 기반 모델에 비해 훨씬 제한적이었습니다.
통합 ID 설루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지만 동의가 필요하고 커버리지도 제한적입니다.
이 대안들은 과거처럼 모든 사용자를 투명하게 추적하는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제시되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여전히 같은 방식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퍼스트파티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기대
이 변화 속에서 퍼스트파티 데이터가 새로운 금맥처럼 이야기됩니다. 기업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는 규제의 영향을 덜 받고 품질도 높기 때문이죠.
뉴스레터 구독, 회원 데이터, 구매 이력, 설문 응답. 많은 기업이 CDP를 도입하며 자사 데이터 통합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퍼스트파티 데이터 역시 만능은 아닙니다. 신규 고객 유입에는 한계가 있고, 데이터가 의미 있는 규모로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소 브랜드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죠.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또한 다른 개인정보 제공 요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신뢰 없는 데이터 수집은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콘텍스트의 재발견
흥미롭게도 쿠키 이전 시대의 해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컨텍스추얼 타게팅입니다.
사용자를 추적하는 대신 콘텐츠의 맥락을 읽고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입니다. 요리 콘텐츠 옆에 주방용품 광고를 여행 기사 옆에 항공권 광고를 배치하는 식이죠.
AI 기술의 발전은 이 방식을 훨씬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키워드 수준을 넘어 문맥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텍스트 기반 광고는 다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좋은 광고는 적절한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과 맥락에 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너머의 인사이트를 읽다
쿠키 이후의 시대에는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해야 하나? 아니면 더 깊은 이해를 원해야 하나?
추적이 어려워질수록 정성적 인사이트의 가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 커뮤니티 관찰, 소셜 리스닝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동기를 설명합니다.
선도적인 브랜드들은 이미 브랜드 트래킹 서베이, 미디어 믹스 모델링, 증분성 테스트를 통해 개별 전환이 아닌 전체 기여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퍼포먼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로 재해석하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측정 철학이 필요한 이유
쿠키 이후의 시대는 완벽한 추적을 전제로 한 성과 측정을 힘들어질 것입니다. 대신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여러 신호를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라스트 클릭 어트리뷰션은 점점 의미를 잃고 브랜드 리프트와 증분 효과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더 어려워지겠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더 본질적인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여전히 숫자의 세계에 있습니다. 다만 그 숫자를 읽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쿠키의 종말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끝이 아닙니다. 재해석이 시작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의존해 온 데이터의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애플과 구글이라는 거대 플랫폼의 생태계 변화가 광고 구조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쿠키 이후의 시대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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