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종종 이솝 우화가 떠오릅니다.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던 남자가 더 많은 부를 원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이야기 말입니다. 결과는 잘 알려져 있죠. 황금알도, 거위도 모두 잃고 맙니다.
이 우화는 지금의 마케팅 환경을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즉각적인 전환은 황금알이고 브랜드는 그 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 속에서 거위를 스스로 해치고 있습니다. 브랜딩과 퍼포먼스의 균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입니다.

단기 성과에 중독된 마케팅의 구조
퍼포먼스 마케팅은 빠른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클릭 수, 전환율, ROAS는 오늘의 성과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 명확함은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지표들이 오늘만을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단기 활성화 캠페인에만 의존하면 비슷한 현상이 반복됩니다. 캠페인이 끝나는 순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같은 성과를 내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해집니다. 고객은 점점 할인에만 반응하고 브랜드는 가격 경쟁의 중심으로 끌려갑니다.
이를 활성화 함정이라 부릅니다. 계속 달려야만 유지되는 구조 마케터는 햄스터 휠 위에서 속도를 높이지만 위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60대 40의 법칙이 제시하는 해답
이 딜레마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은 이미 데이터로 검증되었습니다. Les Binet과 Peter Field가 제시한 60/40 법칙입니다. 마케팅 예산의 60퍼센트를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에, 40퍼센트를 단기 세일즈 활성화에 투자하라는 원칙입니다.
이 비율은 감각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수백 개 브랜드와 수천 개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장기적으로 수익 성장을 이룬 캠페인일수록 평균적으로 60퍼센트 이상을 브랜드 구축에 투자했습니다.
브랜드 구축은 정신적 가용성과 감정적 유대를 만듭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되는 과정입니다. 활성화 캠페인은 이 기억을 자극해 행동을 촉발합니다. 둘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입니다.
균형을 잃었을 때 드러나는 징후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는 고객획득비용은 상승하고 이익률은 줄어들며 프로모션 빈도는 잦아진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메시지는 점점 약해지고 경쟁사와의 차별성은 흐려집니다.
아디다스가 한때 겪었던 어려움이 대표 사례입니다. 단기 프로모션 중심 전략은 매출을 유지했지만 브랜드 건강은 크게 악화됐습니다. 이후 아디다스는 전략을 전환해 브랜드 구축과 활성화를 하나의 체계로 묶었고 단기 캠페인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장기 브랜드 전략에 반영했습니다. 결과는 브랜드 가치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
주의해야 할 것은 60/40이 절대적인 공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평균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죠. 브랜드의 생애주기, 산업 특성, 시장 경쟁 강도에 따라 균형점은 달라집니다.
신생 브랜드라면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 구축 비중을 더 높여야 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의 전환 광고는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숙한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국면이라면 활성화 비중을 높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현금 흐름 역시 고려 대상입니다. 초기에는 활성화에 90퍼센트 이상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을 확보한 이후에도 이 비율을 유지한다면 성장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B2B에서도 유효한 균형의 원칙
흔히 B2B 마케팅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B2B 기업의 최적 균형 역시 브랜드 구축 약 62퍼센트, 활성화 38퍼센트에 가깝습니다.
현실에서는 리드 생성과 파이프라인 압박 때문에 브랜드 투자가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브랜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을 높입니다. 신뢰가 형성된 브랜드의 메시지는 같은 예산으로 더 큰 반응을 얻습니다.
브랜드는 B2C만의 자산이 아닙니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B2B일수록 브랜드의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두 개의 시간축으로 측정하라
브랜딩과 퍼포먼스는 같은 방식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퍼포먼스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입니다. 반면 브랜딩은 느리고 간접적입니다. 그렇다고 측정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 트래킹, 브랜드 리프트, 미디어 믹스 모델링은 장기 효과를 정량화합니다. 핵심은 두 개의 시간축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입니다. 주간 단위로 퍼포먼스 지표를 점검하고 분기 단위로 브랜드 건강도를 확인하며 연간 전략에서 둘의 비율을 조정하는 구조입니다.
선도 기업들은 이를 통합 마케팅 측정 체계로 관리합니다. 단기 성과와 장기 자산을 하나의 그림으로 읽는 방식입니다.
자동화 시대에 더 중요해진 브랜드
AI와 자동화가 광고 집행을 장악한 지금 균형의 의미는 더 커졌습니다. 플랫폼은 효율을 최적화해 주지만 브랜드의 의미까지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차별화의 유일한 수단은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를 구축하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CPC에 따라 움직이는 상품이 됩니다. 퍼포먼스는 점점 비슷해지고 차이는 브랜드에서 벌어집니다.
브랜딩과 퍼포먼스의 균형은 타협이 아닙니다. 장기 성장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황금알을 계속 얻고 싶다면 거위를 먼저 지켜야 합니다.
다음이자 마지막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퍼포먼스 마케팅 2.0 시대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재해석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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