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콘텐츠가 산더미처럼 쏟아진다
매일 750만 개가 넘는 블로그 글이 새로 올라온다. 여기에 AI가 쓴 글까지 더해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5년간 영어 웹페이지 약 50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챗GPT 등장 이후 게시된 페이지 중 AI가 작성한 흔적이 발견된 것은 35% 이상이었다. 특히 상업용 목적의 '닷컴' 사이트에서 이런 흔적이 많이 보였다.

봇 트래픽도 사람을 앞질렀다. 지난해 전체 웹 트래픽의 51%가 AI 봇에서 나왔다. 조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봇이 사람을 넘어선 것이다. 2026년 클라우드플레어 조사에서는 57.5%까지 올라갔다. 인터넷 공간의 절반 이상이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만들고 소비하는 콘텐츠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터는 이 많은 콘텐츠 속에서 어떻게 눈에 띌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답은 콘텐츠를 더 많이 찍어내는 게 아니다. 사람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AI 시대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
#1. 마케터의 역할 변화
#2. 크리에이터 공동제작 ← 현재글
#3. AI로 설계한 콘텐츠(예정)
#4. 1인 마케터 AI 콘텐츠 워크플로(예정)
#5. 콘텐츠 리퍼포징(예정)
#6. AI UGC와 진짜 후기의 차이(예정)
#7. 콘텐츠 제작 자동화와 품질 관리(예정)
왜 크리에이터 공동제작이 다시 주목받는가
몇 년 전까지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제품을 보내고 정해진 가이드라인대로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식이었다. 일명 '협찬'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소비자가 광고 의도를 너무 쉽게 읽어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상은 알고리즘도 밀어주지 않는다. 유저는 스와이프 한 번으로 광고를 넘겨버린다.
그래서 등장한 방식이 '공동제작'이다. 크리에이터에게 숙제하듯 결과물을 맡기지 않는 것. 기획 단계부터 크리에이터를 참여시킨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고민하고 자신의 색깔을 입혀 콘텐츠를 만들게 한다. 팬들이 원하는 건 제품을 들고 웃는 사진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은 2027년까지 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단발성 협업비를 받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브랜드 지분을 요구하기도 하고 자문 역할을 맡기도 한다.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관계가 갑을 관계에서 파트너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진정성이 만든 챌린지 확산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 서비스 캠페인 사례를 살펴보자. 이 캠페인은 유명 크리에이터를 섭외하지 않고 시각장애인 크리에이터 '원샷한솔'을 선택했다. 이 크리에이터는 앱을 직접 사용해 봤다. 좋은 점만 말하지 않았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짚었다. 데이터 학습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런 콘텐츠는 광고처럼 보이지 않았다. 실제 사용자의 목소리처럼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챌린지 참여가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이 사례로 볼 때, 브랜디드 콘텐츠의 성공은 '누가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메시지의 화려함보다 전달자의 진정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공동제작을 시작하는 3가지 방법
1단계. 크리에이터에게 자유를 준다
가이드라인을 촘촘하게 만들지 말자. 브랜드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만 정한다. 나머지는 크리에이터의 스타일에 맡긴다. 크리에이터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게 두는 것이 핵심이다.
2단계. 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킨다
콘텐츠가 완성된 뒤 검토만 요청하지 말자. 기획 회의에 크리에이터를 초대한다.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크리에이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훨씬 자연스럽다.
3단계. 장기적인 관계로 접근한다
한 번의 캠페인으로 끝내지 말자. 같은 크리에이터와 여러 번 협업하면 신뢰가 쌓인다. 팔로워도 이 관계를 알아본다. 반복되는 협업은 광고가 아니라 '늘 함께하는 파트너'로 인식된다.
대형 브랜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공동제작이라고 하면 거대한 예산이 드는 캠페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소규모 브랜드일수록 이 전략이 더 절실하다. 예산이 적은 브랜드는 애초에 대량 광고 노출로 경쟁하기 어렵다. 대신 소수의 크리에이터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작은 브랜드는 이미 브랜드 제품을 자발적으로 언급한 크리에이터를 찾는다. 이후 협찬 제안 대신 대화를 먼저 건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솔직한 피드백을 요청한다. 이 피드백을 다음 제품 기획에 실제로 반영한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이 애착이 다음 콘텐츠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진정성으로 드러난다.
구매자가 직접 남기는 사진 후기 하나하나도 소규모 브랜드에는 큰 자산이다. 대형 브랜드처럼 유명 크리에이터를 여럿 섭외할 여력이 없다면 실제 구매자의 콘텐츠를 잘 모으고 잘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후기를 남긴 고객에게 다음 구매에 쓸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AI와 크리에이터, 역할을 나눠라
AI가 만드는 콘텐츠와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는 역할이 다르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반복 작업을 처리하는 데 강하다. 크리에이터는 진정성과 신뢰를 전달하는 데 강하다. 이 둘을 경쟁 관계로 보지 말자. AI에게는 정보성 콘텐츠와 반복 업무를 맡긴다. 크리에이터에게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긴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콘텐츠 홍수 속에서도 브랜드만의 목소리가 살아남는다.
체크리스트
□ 지금 진행하는 크리에이터 협업이 '협찬'인지 '공동제작'인지 점검했는가.
□ 크리에이터에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기회를 줬는가.
□ 크리에이터의 솔직한 의견을 제한하지 않았는가.
□ 한 번의 캠페인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를 계획했는가.
□ AI가 맡을 일과 크리에이터가 맡을 일을 구분했는가.
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난다. 그중 대부분은 AI가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사람이 직접 참여해 만든 콘텐츠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다음 편에서는 AI가 만든 콘텐츠와 AI로 설계한 콘텐츠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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