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다룬 리포지셔닝은 브랜드 스스로의 문제였다. 하지만 어떤 위기는 브랜드 잘못이 아니다. 카테고리 자체가 기술 변화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여러 산업의 카테고리를 통째로 흔들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카테고리가 해체될 위기를 겪은 사례로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살펴본다.

포지셔닝 재정립 전략
#1. 리포지셔닝이 필요한 순간
#4. 브랜드 노후화 탈출 전략
#5. 스케일업 단계 포지셔닝 재정립
#6. 위기 상황에서의 포지셔닝
#7. 카테고리가 해체될 때 포지셔닝 ← 현재글
카테고리 해체란 무엇인가
카테고리 해체는 경쟁사가 더 잘해서 지는 상황이 아니다. 고객이 그 카테고리 자체를 더 이상 찾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 해결 방식이 통째로 바뀌면서 기존 서비스가 있던 자리 자체가 사라진다. 이럴 때는 아무리 제품을 개선해도 소용이 없다. 카테고리 재정의가 필요하다.
챗GPT가 무너뜨린 체그의 비즈니스
체그는 온라인 숙제 도우미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에듀테크 기업이다. 학생들이 문제를 올리면 풀이와 해설을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였다. 하지만 챗GPT 등장 이후 학생들은 굳이 구독료를 내고 체그를 이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챗GPT가 무료로 그것도 즉각적으로 비슷한 답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체그의 신규 구독자는 급감했다. 주가는 2021년 초 대비 99% 가까이 하락하며 시가총액 145억 달러가 사라졌다.
체그는 처음엔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도입해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구독자 이탈과 매출 감소는 계속됐다. 구글의 AI 검색 기능인 'AI 개요'까지 등장하면서 트래픽마저 줄었다.
체그는 2025년 2월,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I 개요가 트래픽과 매출 감소를 초래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소송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2025년 10월, 체그는 전체 인력의 약 45%인 388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생성형 AI 확산과 검색 패턴 변화가 트래픽과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라고 밝혔다.
이 위기 속에서 체그가 택한 방향은 카테고리 자체의 전환이었다. 개인 학생 대상 숙제 도우미에서 벗어나 기업 대상 B2B 직업 교육 조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로 한 것이다. 직무 역량, 언어, AI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업에 제공하는 방향이다. 체그는 이 신규 부문에서 2025년 약 7,000만 달러 매출을 목표로 삼았다.
이 전환이 완전히 성공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기존 카테고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이동한다는 방향 자체는 명확했다.
체그 사례가 보여주는 생존 전략의 3가지 축
첫째, 기존 카테고리를 지키려는 미련을 빨리 버려야 한다. 체그는 초기에 AI를 자체 서비스에 접목해 기존 카테고리 안에서 버텨보려 했다. 하지만 카테고리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개선만으로 버티기 어려웠다. 카테고리가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신호가 보이면 그 안에서 싸우기보다 옆 카테고리로의 전환을 빠르게 검토해야 한다.
둘째, 무료화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개인용 숙제 도우미는 챗GPT 같은 범용 AI가 무료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반면 기업 대상 직무 교육은 검증, 커리큘럼, 관리 시스템처럼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카테고리를 옮길 때는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셋째, 기존 자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을 파악해야 한다. 체그는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만든 게 아니다. 기존에 쌓아온 교육 콘텐츠와 학습 노하우를 B2B 영역에 재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테고리를 옮기더라도 기존에 쌓은 자산 중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카테고리 해체 위기를 진단하는 질문
□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무료 혹은 범용 AI가 대체할 수 있는가?
□ 트래픽이나 신규 고객 유입이 경쟁사가 아니라 기술 자체 때문에 줄고 있는가?
□ 쌓아온 자산 중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카테고리가 무너져도 브랜드는 남을 수 있다
브랜드에게 카테고리 해체는 가장 근본적인 위기다. 하지만 브랜드가 쌓아온 신뢰와 노하우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낡은 카테고리에 대한 미련을 얼마나 빨리 내려놓고 새로운 자리로 옮겨가느냐다. 이번 시리즈에서 다룬 다섯 가지 원칙 - 신호 진단, 방법 선택, 확장 설계, 노후화 탈출, 위기 대응, 그리고 카테고리 생존까지-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리포지셔닝의 본질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때문에 카테고리가 사라질 조짐이 보이면 언제 움직여야 하나요?
매출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 트래픽이나 신규 고객 지표에서 이상 신호가 보일 때 바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체그의 경우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Q. 기존 브랜드명을 유지한 채 카테고리를 옮길 수 있나요?
가능하다. 체그도 브랜드명을 유지한 채 사업 영역만 재편했다. 브랜드 신뢰 자체는 카테고리를 옮겨도 이어질 수 있다.
Q. 모든 산업이 AI로 카테고리 해체 위험에 처해 있나요?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일반적으로 정보 제공이나 단순 반복 작업 중심의 서비스일수록 위험이 크다고 평가한다. 신뢰나 관계, 실행 관리처럼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을 가진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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