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서면, 포지셔닝이 더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명확했던 정체성이 성장 압박 속에서 흐려진다. 투자자, 언론, 내부 조직이 모두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 글에서는 왜 스케일업 단계에서 포지셔닝이 흔들리는지, 그리고 포지셔닝을 재정립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포지셔닝 재정립 전략
#1. 리포지셔닝이 필요한 순간
#4. 브랜드 노후화 탈출 전략
#5. 스케일업 단계 포지셔닝 재정립 ← 현재글
#6. 위기 상황에서의 포지셔닝 (예정)
#7. 카테고리가 해체될 때 포지셔닝 전략(예정)
스케일업 단계에서 흔들리는 이유
초기 스타트업은 자원이 적기 때문에 포지셔닝이 단순하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한 가지에 집중한다. 하지만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투자 유치, 상장 준비, 빠른 성장 지표 압박이 동시에 몰려온다. 이때 브랜드는 종종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 '투자자에게 보여줄 서사'를 우선하게 된다. 여기서 포지셔닝과 실제 운영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클라르나의 'AI 전면 대체' 포지셔닝과 그 반전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2024년 초 'AI 챗봇이 고객 서비스 상담원 700명 몫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클라르나의 기업가치와 IPO 서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효율성과 기술력을 앞세운 포지셔닝은 투자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25년 7월 상장 당시, 클라르나 주가는 데뷔 첫날 30% 급등했다. 19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균열이 드러났다. 2025년 5월 클라르나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용을 지나치게 우선시한 결과 서비스 품질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 멀리 갔다'라고 표현했다. 결국 클라르나는 인간 상담사를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2025년 9월에는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를 통해 클라르나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마케터까지 고객센터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클라르나는 완전한 AI 대체가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로 방향을 정리했다. AI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문의를 처리하고 사람은 분쟁이나 복잡한 환불처럼 오류 비용이 큰 영역을 맡도록 했다.
클라르나 사례가 보여주는 스케일업 함정
이 사례의 핵심 문제는 AI 도입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포지셔닝의 우선순위였다. 클라르나는 '고객 경험'보다 '비용 절감과 기술 서사'를 앞세웠다.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이런 우선순위 역전이 자주 일어난다. 투자자와 언론이 좋아하는 서사가 실제 고객이 원하는 경험보다 앞서게 되는 것 말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서사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서사와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는 순간 신뢰는 한 번에 무너진다.
스케일업 단계에서 포지셔닝을 재정립하는 3가지 원칙
첫째, 서사보다 경험을 먼저 점검한다. 투자자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실제 고객이 그 이야기를 체감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효율성 지표와 만족도 지표를 함께 본다. 클라르나의 경우 해결 속도, 처리 건수 같은 효율 지표는 좋았다. 하지만 재문의율, 만족도 점수 같은 품질 지표는 나빠지고 있었다. 두 지표를 함께 보지 않으면 늦게 문제를 발견한다.
셋째, 방향 전환을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클라르나는 결국 방향을 공개적으로 수정했다.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다'에서 'AI와 인간이 함께 일한다'로 메시지를 바꿨다. 빠른 인정과 조정이 신뢰 회복의 시작점이 됐다.
스케일업 단계 자가 진단 질문
□ 최근 만든 브랜드 서사가 투자자를 향한 것인가, 고객을 향한 것인가?
□ 효율성 지표는 좋아지는데 만족도 지표는 나빠지고 있지 않은가?
□ 서사와 실제 운영 사이에 고객이 느낄 만한 간극이 있는가?
성장 속도와 포지셔닝의 균형
스케일업은 본질적으로 속도의 게임이다. 하지만 포지셔닝만큼은 속도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서사가 앞서가고 경험이 못 따라가면, 그 간극은 반드시 드러난다. 다음 글에서는 서사와 경험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상황, 즉 신뢰 자체가 무너진 위기 상황에서의 포지셔닝 회복 전략을 다룬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케일업 시기에는 어느 정도 서사가 필요하지 않나요?
필요하다. 다만 서사가 실제 경험보다 앞서 나가면 위험하다. 서사와 경험의 간극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Q. 기술 도입 자체가 문제였나요?
아니다. 문제는 기술 도입의 우선순위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기술은 도구이고 포지셔닝의 중심은 항상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
Q. 방향을 바꾸면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지 않나요?
방향 전환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신뢰를 얻는다. 클라르나 역시 상장 이후에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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