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 · 1화] 카테고리 설계 전략과 실전 운영
중고거래 앱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당근마켓부터 말할 것이다. 간편 송금 앱을 물어보면 토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이 카테고리 킹 현상이다. 한 카테고리에서 딱 한 브랜드만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 브랜드는 이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 현상은 특정 브랜드가 그 자리를 의도적으로 차지한 결과다.

카테고리 설계 전략
#1. 카테고리 킹이 되는 법 ← 현재글
#2. 카테고리 설계 vs 카테고리 선택(예정)
#3. 니치 포지셔닝의 실전 설계(예정)
#4. 새 카테고리를 만드는 7단계 (예정)
#5. 카테고리 내러티브 설계(예정)
#6. 역포지셔닝 전략(예정)
#7. 카테고리 포지셔닝이 실패패턴과 탈출(예정)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쓴 책 플레이 비거(Play Bigger)에는 흥미로운 통계가 나온다. 한 카테고리 안에서 1위 브랜드가 시장 가치의 약 76%를 가져간다는 내용이다. 2등은 훨씬 적은 몫을 가져간다. 3등 이하는 거의 남는 게 없다.
이 현상은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배달 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이 오랫동안 압도적 1위를 지켰다. 간편 결제 시장에서도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상위권을 양분한다. 나머지 서비스는 존재감이 약하다. 1등만 기억되고 1등만 돈을 버는 구조다.
이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노력을 절반만 해서 절반의 성과를 얻는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2등이 되기 위한 노력과 1등이 되기 위한 노력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보상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처음부터 어중간한 2등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 차라리 더 좁은 시장에서 1등을 노리는 것이 낫다.
이 원리는 투자 유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투자자들은 이미 2등, 3등인 브랜드보다 좁더라도 1등인 브랜드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
왜 이런 쏠림이 생길까
이유는 사람의 뇌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마다 여러 브랜드를 다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대표 브랜드 하나만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꺼낸다. 이것이 카테고리 휴리스틱이다.
여기에 네트워크 효과도 작동한다. 당근마켓은 이웃이 많이 쓸수록 나도 써야 유용해진다. 사람이 몰릴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구조다.
입소문도 마찬가지다. 친구에게 앱을 추천할 때 대표 브랜드 하나만 말하게 된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쏠림은 점점 커진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신뢰의 쏠림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이 신뢰는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불러온다. 쏠림이 쏠림을 부르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 번 이 순환에 올라탄 브랜드는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광고 효율에서도 이 쏠림이 나타난다. 이미 유명한 브랜드는 같은 광고비로 더 많은 클릭을 받는다. 이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광고를 봤을 때 반응 속도도 빠르다. 결국 1등은 마케팅 비용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카테고리 킹이 되는 조건
첫째, 카테고리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토스는 은행 앱이 아니라 간편 송금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둘째, 카테고리 이름을 브랜드와 붙여야 한다. 당근마켓이라는 이름 자체가 동네 중고거래를 뜻하게 됐다.
셋째, 반복해서 노출해야 한다. 광고, PR, 입소문에서 같은 언어를 계속 써야 각인이 된다.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려워진다.
넷째, 타이밍이다. 카테고리가 막 생겨나는 초기에 움직여야 한다. 카테고리가 이미 자리 잡은 후에 뛰어들면 정의할 기회 자체가 없다.
다섯째, 자본이 아니라 속도다. 가장 돈이 많은 회사가 카테고리 킹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시장의 언어를 선점한 회사가 카테고리 킹이 된다.
여섯째, 제품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언어를 잘 선점해도 실제 사용 경험이 나쁘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언어와 경험이 함께 쌓여야 진짜 카테고리 킹이 된다.
카테고리 킹의 자리를 지키는 법
1등이 됐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후발주자는 항상 여러 방면으로 치고 들어온다. 가격을 낮추거나 새로운 기능으로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카테고리 킹이 흔들리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소비자는 1등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불안을 느낀다. 그 불안이 후발주자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카테고리 킹은 후발주자의 공격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흔들리지 않는 태도 자체가 1등의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다.
또한, 새로운 기능, 새로운 캠페인으로 카테고리 자체를 계속 정의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후발주자가 더 좁은 니치에서 치고 올라온다. 그래서 카테고리 킹은 스스로 카테고리를 넓히거나 재정의하는 역할도 맡는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 생활 정보로 영역을 넓힌 것이 그런 예다. 지키는 것도 결국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카테고리 킹이 안주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후발주자가 더 세분화된 니치를 먼저 차지하고 그 니치를 발판 삼아 세력을 넓힌다. 그래서 1등 브랜드일수록 더 긴장하며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은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큰 카테고리에서 1등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카테고리를 작게 쪼개면 된다. 전체 뷰티 앱 시장에서 1등은 못 되어도 성분분석 뷰티 앱에서는 1등이 될 수 있다. 화해처럼 말이다. 작은 카테고리라도 1등이 되면 그 안에서는 같은 76% 효과를 누린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는 전략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조각의 크기다. 너무 작으면 시장 자체가 없다. 적당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조각을 골라야 한다.
그 조각 안에서 확실한 1등이 되고 나서 조각을 넓혀가는 순서가 안전하다. 작은 브랜드가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처음부터 큰 카테고리를 목표로 삼는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큰 시장 전체를 상대하면 어디에도 각인되지 못한다.
차라리 작은 영역이라도 완전히 장악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쏠림 강도
카테고리 킹 현상은 모든 업종에서 똑같이 강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플랫폼이나 앱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업종일수록 쏠림이 크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유용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식품이나 생활용품처럼 개인 취향이 크게 작용하는 업종은 쏠림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취향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업종이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업종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다면 카테고리 킹 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 약하다면 여러 세부 니치에서 각각의 자리를 만드는 전략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흔히 하는 오해
많은 사람이 카테고리 킹이 되려면 큰 광고 예산이 필요하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앞서 본 사례들은 대부분 적은 예산으로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언어의 일관성이다. 작은 예산이라도 같은 말을 오래 반복하면 큰 예산을 짧게 쓰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또 다른 오해는 카테고리 킹이 한 번 되면 영원하다는 생각이다. 앞서 설명했듯 자리는 계속 관리해야 유지된다.
이 두 가지 오해를 버리는 것만으로도 전략의 방향이 훨씬 명확해진다.
카테고리 킹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흔한 시행착오
많은 브랜드가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방향을 바꾼다. 처음 정한 단어가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면 다른 단어로 바꾸는 시도를 몇 차례 거친다. 이 과정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한 단어를 충분히 시도해보지도 않고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경우다. 최소 몇 개월은 같은 언어로 밀어붙여 봐야 진짜 반응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성급한 포기보다 충분한 실험 기간을 갖는 것이 카테고리 킹으로 가는 더 확실한 길이다.
오늘부터 점검할 것
내 브랜드가 어떤 카테고리의 1등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애매하다면 카테고리를 더 좁혀야 한다. 좁힌 카테고리 안에서 확실한 1등이 되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 카테고리를 넓혀가면 된다. 1등의 자리는 넓게 시작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좁게 시작해서 넓어진다.
지금 내 브랜드를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한 단어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카테고리가 정의되지 않은 것이다. 그 한 단어를 찾는 것이 카테고리 킹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이냐고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답 속에 카테고리 킹으로 가는 실마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실전 체크리스트
첫째, 우리 브랜드가 대표하는 카테고리를 한 단어로 정의했는가.
둘째, 그 단어를 광고와 콘텐츠에서 꾸준히 반복하고 있는가.
셋째, 경쟁사와 다른 우리만의 표현을 쓰고 있는가.
넷째, 그 카테고리 안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브랜드인가.
다섯째, 카테고리를 넓히거나 재정의할 다음 계획이 있는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카테고리 킹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하나라도 아니라면 그 항목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채워나가야 한다.
다음 화 예고: 2화에서는 카테고리 설계와 카테고리 선택의 차이를 다룬다. 스타트업과 기존 브랜드가 각각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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