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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기본기

집단 정체성과 커뮤니티 심리: Z세대 콘텐츠가 바이럴되는 이유

by ChicStrategist 2026. 2. 18.

2024년 여름 '#물먹는하마챌린지'가 한국 SNS를 점령했다. 하마 인형에 물을 먹이는 단순한 챌린지였지만 수십만 명이 참여했다. 왜일까? 제품이 특별해서? 아니다. '나도 하마 키운다'는 집단 소속감 때문이었다. Z세대에게 소비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집단의 언어다. 그리고 콘텐츠는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놀이터다. 이번 편에서는 우리라는 심리가 어떻게 콘텐츠를 바이럴로 만드는지 파헤쳐본다.

집단 정체성과 커뮤니티 심리 Z세대 콘텐츠가 바이럴되는 이유
집단 정체성과 커뮤니티 심리


Z세대가 커뮤니티에 끌리는 심리적 이유

Z세대는 역설적인 세대다. 디지털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팬데믹을 겪으며 물리적 고립을 경험했고 SNS에서는 수천 명과 연결되어 있지만 깊은 관계는 적다. 이런 환경에서 소속감은 더욱 강렬한 심리적 욕구가 된다.

 

사회심리학의 사회적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한다. '나는 누구인가'는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Z세대는 이 소속감을 온라인 커뮤니티, 팬덤, 밈 문화를 통해 찾는다.

 

흥미로운 점은 Z세대의 커뮤니티는 전통적인 커뮤니티와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 학교, 직장처럼 고정된 집단이 정체성을 만들었다. 하지만 Z세대는 관심사, 취향, 심지어 특정 밈을 중심으로 유동적인 집단을 형성한다. 오늘은 '코인러' 커뮤니티에 속했다가 내일은 '덕질러' 커뮤니티로 이동한다.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고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변한다.

 

 

밈: 집단의 암호이자 소속증명서

밈은 재미 요소를 넘어 집단 정체성의 핵심 도구다. 특정 밈을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것은 '나는 이 문화를 안다', '나는 여기 속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억텐'(억지 텐션), '찐'(진짜), '갓생'(god+생활) 같은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은 짧게 표현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이 언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Z세대라는 집단의 일원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나 X세대가 이 언어를 쓰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밈의 심리적 힘은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에서 나온다. 우리 집단의 코드를 아는 사람은 친근하게 느껴지고 모르는 사람은 외부인으로 인식된다. Z세대는 밈을 통해 빠르게 내부자와 외부자를 구분한다.

 

브랜드가 밈을 활용할 때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억지로 유행어를 따라 쓰거나 맥락 없이 밈을 갖다 쓰면 '꼰대 브랜드가 MZ 코스프레한다'는 반응을 얻는다. 진정한 밈 활용은 집단의 일원으로서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지 밖에서 관찰하며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밴드왜건 효과: 다들 하니까 나도의 심리

'이거 대박이래', '다들 산다던데', '요즘 핫하다던데' - Z세대도 유행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유행 추종과는 결이 다르다. 밀레니얼이 '좋은 것이니까 많이 산다'고 생각했다면 Z세대는 '많이 사니까 참여하고 싶다'고 느낀다.

 

심리학의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는 다수가 선택한 것을 따라가는 경향을 말한다. 하지만 Z세대에게 이것은 동조가 아니라 집단 경험 공유 같은 것이다. 같은 제품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젤리캣 인형 열풍을 보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Z세대가 열광한 이유는 인형 자체의 품질보다 '젤리캣 모으는 사람들'이라는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SNS에 인증숏을 올리고 어떤 캐릭터를 가졌는지 이야기하며 한정판 정보를 공유하는 그 과정 자체가 보상이었다.

 

 

참여감을 자극하는 콘텐츠 구조

Z세대는 수동적 관객이 아닌 능동적 참여자다.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핵심 구조가 있다.

 

첫째, 댓글 참여 유도다. '댓글 달아주세요'가 아니라 댓글 자체가 콘텐츠의 일부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MBTI는?' 같은 질문형 콘텐츠는 댓글란이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댓글을 달고 다른 사람의 댓글을 읽으며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를 확인한다.

 

한 화장품 브랜드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스킨케어는?'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고 그 댓글들이 다시 콘텐츠가 되어 확산됐다.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둘째, 밈 리믹스 구조다. 원본 콘텐츠를 제공하되 사람들이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틱톡의 듀엣 기능, 인스타그램의 릴스 리믹스가 대표적이다. 누군가의 춤을 따라 추고 노래를 커버하며 밈 템플릿에 자기만의 버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창작자가 되고 동시에 집단의 일원이 된다.

 

셋째, 합성과 패러디 허용이다. 브랜드가 자신의 로고, 캐릭터, 슬로건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Z세대는 멀어진다.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열어두면 자발적으로 2차 창작을 만들고 확산시킨다. 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집단 놀이로 받아들여진다.

 

 

브랜드 협업의 집단 심리 활용법

최근 성공한 브랜드 협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제품을 합치는 단순 결합이 아니라 두 브랜드의 팬덤을 연결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스탠리 텀블러 협업을 보자. 두 브랜드 모두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협업 제품이 나오자 '스타벅스 덕후'와 '스탠리 덕후'가 만나 '스벅스탠리 덕후'라는 새로운 집단이 형성됐다. SNS에는 인증숏이 쏟아졌고 구매 대행 및 중고 거래까지 활발해지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공유된 정체성(Shared Identity)의 창출이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이 교집합을 이루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브랜드 협업의 성공 비결은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우리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또 다른 사례는 게임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의 협업이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나이키, 포켓몬과 구찌 같은 조합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게임 좋아하는 패션 피플' 혹은 '패션 아는 게이머'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Z세대에게는 완벽한 조합이다. 이들은 '나는 이 두 세계를 다 이해한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커뮤니티 주도형 캠페인의 힘

전통적인 마케팅은 브랜드가 메시지를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하는 하향식 구조였다. 하지만 Z세대를 움직이는 캠페인은 상향식이다. 브랜드는 방향만 제시하고 커뮤니티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시킨다.

 

최근 한 음료 브랜드가 '당신의 여름 루틴은?'이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열었다. 브랜드는 해시태그만 제시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여름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수영, 독서, 여행, 반려동물과의 시간 등 수천 개의 스토리가 쏟아졌다. 브랜드는 이 중 일부를 공식 계정에 리포스팅했고 선택된 사람들은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우리는 이런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는 집단 정체성을 만든 것이다. 음료는 배경일뿐이고 진짜 주인공은 참여자들의 이야기였다. 이런 구조에서 브랜드는 통제자가 아니라 촉진자 즉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을 한다.

 

 

집단 심리 활용 시 주의할 점

하지만 집단 심리를 자극하는 것에는 위험도 따른다. 잘못하면 배타성, 과소비 조장, 집단 따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과도한 한정판 전략은 역효과를 낳는다. '빨리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메시지는 단기적으로 판매를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Z세대는 '돈 뜯어가려는 브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둘째, 커뮤니티 내부의 위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진짜 팬', '찐 덕후' 같은 구분은 소속감을 주기보다 배제감을 준다. 모든 참여 수준이 존중받는 포용적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집단 압력으로 소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다들 사는데 너만 안 사?'라는 메시지는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결국 반감을 산다. 대신 '함께하면 더 재미있다'는 긍정적 참여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마케터를 위한 집단 정체성 활용 체크리스트

내 콘텐츠가 건강한 우리를 만들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첫째, 참여 구조가 열려 있는가? 누구나 쉽게 들어와 기여할 수 있는가?

둘째, 소속감을 주는 요소가 있는가? 해시태그, 밈, 공통 언어 등이 있는가?

셋째, 2차 창작을 환영하는가? 사람들이 자유롭게 리믹스하고 패러디할 수 있는가?

넷째, 커뮤니티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가? 브랜드가 통제하지 않는가?

다섯째, 배제보다 포용을 지향하는가? 모든 참여 수준이 존중받는가?

 

Z세대에게 콘텐츠는 혼자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다.

 

다음 편에서는 집단을 넘어 개인으로 돌아와 Z세대가 어떻게 콘텐츠를 통해 나를 표현하는지 살펴본다.